1. 브랜드는 신뢰를 사고, 우리는 그 신뢰에 안주한다
누군가가 유명 브랜드 제품을 들고 있으면 우리는 자연스레 신뢰감을 느낀다. “아, 좋은 거 샀네.” 라는 말이 쉽게 나온다. 브랜드가 가진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름만으로도 품질, 스타일, 안정성을 대변하니까. 하지만 그 신뢰가 항상 내 삶에 맞는 제품을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때때로 브랜드는 ‘내게 과한 선택’을 부추기기도 한다.
나는 과거에 종종 브랜드 이름에 끌려 구매를 결정했다. 기능도 모르고, 내 생활 방식과 어울리는지도 고민하지 않고 그저 “이 브랜드는 좋다더라”는 말 한마디에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제품이 내 일상에서 실제로 잘 활용된 경우는… 놀랍게도 절반도 되지 않았다. 예쁜 디자인의 주방용품,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 고가의 전자기기들. 그럴듯해 보였지만, 결국 내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아 서랍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브랜드는 결국 마케팅이다. 그들은 우리 삶이 조금 더 나아질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 물건을 사면 더 깔끔해지고, 더 행복해지고, 더 나아 보일 것처럼. 그러나 내 삶을 정말 개선하는 건 그 물건이 나의 실제 생활 방식에 얼마나 잘 맞는가다. 가격표에 붙은 로고가 아니라, 사용 빈도와 만족도로 판단해야 한다.
물건의 가치는 소유의 순간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쓰이는 순간에서 드러난다. 아무리 비싸고 유명해도, 내 삶과 맞지 않으면 결국 장식품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물건을 보며 죄책감이나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괜히 샀나…’ 하고.
이제는 브랜드가 주는 ‘안심’보다는, 나에게 실질적인 만족을 주는 물건인가를 우선으로 두자. 브랜드가 기준이 아니라, 나의 일상과 삶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2. 내 삶의 방식이 먼저다: 소비의 출발점을 바꾸는 연습
소비를 할 때 우리는 흔히 물건에서 시작한다. “이거 예쁘다. 성능 좋아 보인다. 요즘 유행이래.” 그러나 정말 필요한 소비를 하려면, ‘물건’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나의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
내 일상은 어떤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는가?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고, 어떤 방식으로 밥을 먹고, 어느 정도의 활동을 하며, 무엇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는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다 보면 의외로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은 단순하고 작고, ‘비브랜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나는 커피를 매일 집에서 내려 마신다. 과거엔 예쁜 브랜드 커피머신에 눈이 멀어 고가의 머신을 샀지만, 세척이 번거롭고 사용이 불편해서 한 달도 안 되어 안 쓰게 됐다. 결국 내 라이프스타일에는 간편한 핸드드립 세트가 더 잘 맞았다. 가격은 10분의 1이었지만, 만족도는 훨씬 높았다.
이처럼 ‘나에게 맞는 소비’는 꼭 비싸거나 유명한 물건이 아니다. 내 삶의 사이클, 공간의 크기, 성격, 취향에 따라 선택 기준은 달라진다. 타인이 뭐라 하든, 내게 맞는 걸 고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삶 중심의 소비를 시작할 수 있을까? 먼저 '기록'을 추천한다. 일주일만 소비 전후로 "왜 사고 싶은지", "지금 이게 정말 필요한지", "쓰게 된다면 어떤 장면에서 쓸지"를 써보자. 나도 그렇게 해봤는데, 그 과정에서 소비의 절반 이상이 욕망이나 충동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대신 내가 진짜 자주 쓰는 것들, 꼭 필요했던 것들은 따로 드러났다. 그런 목록이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하게 선택할 수 있다.
브랜드는 한순간의 설득을 줄 수 있지만, 내 삶은 매일을 설계한다. 소비의 기준은 광고가 아닌 일상의 빈도와 필요에서 출발해야 한다.
3. 브랜드 없는 물건이 더 오래, 자주 쓰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드가 없거나 덜 유명한 물건일수록 내 삶에 더 오래 남은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진짜 필요해서, 기능과 용도를 꼼꼼히 따져보고 골랐기 때문이다. 브랜드라는 ‘포장지’가 없었기에 더 본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다이어리를 고를 때도 그랬다. 유명 브랜드의 고급 다이어리는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워서 몇 주도 못 써봤다. 대신 근처 문구점에서 산 가볍고 단순한 디자인의 무브랜드 다이어리는 1년 내내 매일 썼다. 매일 가방에 넣기 편했고, 부담 없이 메모할 수 있어서 내 일상에 훨씬 밀착되었다.
브랜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브랜드 감별력’보다 ‘자기 기준’을 키우는 게 먼저다.
이 물건을 어디에 둘 것인가?
얼마나 자주 쓸 것인가?
관리가 쉬운가?
나의 현재 공간, 시간, 체력과 잘 맞는가?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선택한 물건은 브랜드의 유무와 상관없이 잘 쓰이고, 아깝지 않다. 결국 소비의 핵심은 ‘사용의 만족’이지 ‘소유의 명분’이 아니다.
우리는 가끔 브랜드로 자신을 표현하려 한다. 명품 가방, 유명 브랜드의 옷, 트렌디한 가전제품들. 물론 자존감을 위해 적절한 소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말 자존감을 높이는 건, ‘현명한 선택을 해냈다는 자기 신뢰’다. ‘나한테 꼭 맞는 물건을 고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이 신뢰는 어떤 브랜드 로고보다 깊고 오래간다.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곧 삶의 기준이다에 대해 우리는 매일 어떤 것을 ‘고른다’. 아침에 입을 옷, 먹을 음식, 사용할 물건, 그리고 소비할 돈까지. 이 ‘선택’들이 쌓여 결국 내 하루가 되고, 내 인생이 된다.
그래서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한 소비 기준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기준을 드러내는 지표다.
브랜드 중심의 소비를 할 땐 항상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이 물건이 ‘좋아 보일까’, ‘요즘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걸까’, ‘남들과 비교해 부족하지 않을까’. 하지만 내 삶 중심의 소비를 할 땐 초점이 안으로 향한다. 이 물건이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줄까, 반복적으로 쓰일 만큼 실용적인가, 나의 삶을 더 편하게 해줄까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이 기준을 조금씩 정립해가는 중이다. 내 소비 기준은 이제 이렇다:
쓰일 자리를 미리 떠올려 본다.
기능이 심플할수록 좋다.
설명서 없이도 바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지 본다.
손에 잘 맞고, 집 안의 다른 것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지 체크한다.
이 기준은 매달 바뀌지 않는다. 트렌드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을 점점 더 단순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브랜드는 쉽게 바뀐다. 유행도 바뀌고, 사람들의 관심도도 흔들린다. 하지만 나의 삶은 그 모든 것보다 훨씬 더 긴 호흡으로 움직인다. 그렇기에 내 삶의 속도, 스타일, 방향을 존중하는 선택이 결국 나를 위한 최고의 브랜드가 된다.